불평, 그리고 원인
영상에 대해 익숙한 관찰이 하나 있어. 사람들이 사실 잘 안 봐. 틀어놓고, 눈은 딴 데 두고, 듣기만 해. 흔한 대응은 거기 맞춰 설계하는 거야. 오디오만으로 자족하게 만들고, 그림은 동반자 취급하고, 느린 줌 위에 자막 띠를 얹어서 안 봐도 잃는 게 없게.
그 대응이 여기서도 제안됐고 통째로 거절당했어. 인과가 거꾸로거든. 사람들이 안 보고 듣기만 하는 건 화면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야. 내레이션이 방금 한 말을 되풀이하기만 하는 그림은 아무것도 못 벌어. 그러니 무시하는 게 합리적인 반응이고. 그러고 나서 "시청자가 화면을 안 본다"고 결론 내리고 중복을 더 늘리는 형식은, 자기가 시작한 고리를 자기가 닫고 있는 거야.
채널 둘, 규칙 하나
그 자리를 대신한 규칙은 짧아. 내레이션이 이미 한 말을 화면에 띄우지 마. 채널 둘이 동시에 돌고 있는데, 그걸로 같은 내용을 나르면 대역폭이 아무 이득 없이 반이 돼. 화면이 오디오를 메아리치는 순간순간이, 오디오가 못 나르는 걸 실을 수 있었던 순간이야.
이러면 화면 설계가 대번에 어려워지고, 그게 정직한 비용이야. 중복은 쉬워. 뭘 띄울지 항상 알거든. 내레이션이 방금 알려줬으니까. 안 겹치게 하려면 각 채널이 유독 뭘 잘하는지 알아야 하고, 두 번째 채널에 넣을 값어치 있는 게 실제로 있어야 해. 어떤 재료엔 진짜로 없고, 그럴 땐 채우는 게 아니라 그 채널을 비워두는 게 정답이야.
이게 어디로 일반화되나
이 패턴은 영상 얘기가 아냐. 채널 둘을 주는 시스템에서, 하나를 다른 하나에 비추는 게 제일 싼 수인 데면 어디든 나타나.
함수 시그니처를 산문으로 되풀이하는 문서. 캡션이 값을 읽어주는 차트. 스택 트레이스에 이미 있는 예외 메시지를 반복하는 로그 줄. 아이콘이랑 라벨이랑 툴팁이 다 같은 단어를 말하는 화면. 전부 두 번째 채널을 사본에 써버린 경우고, 전부 같은 처방이 들어. 이 채널이 저쪽이 구조적으로 못 하는 뭘 할 수 있는지 묻고, 그걸 넣든가 비워두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