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지금 상태만 안다고 내 게 아냐. 어떤 상태여야 하는지 말할 수 있어야 진짜 내 거야."
기계가 흩어진다
컴퓨터 한 대는 쉬워. 내 부엌처럼 훤히 알잖아. 뭐가 어디 있고, 뭘 깔았고, 뭐가 돌고 있는지. 두 대까지도 버텨. 근데 일곱 대가 더 붙으면 얘기가 달라져. 늘 켜둔 서버 하나, 특수 목적 기계 몇, 들고 다니는 랩탑 하나. 어느새 걔들이 제각각 흩어져. 하나는 OS 빌드가 한 칸 뒤처지고, 하나는 3주 전에 백그라운드 서비스가 멈췄는데 아무도 몰라. 하나는 딴 나라 가방 속에서 자고 있고. 내 기계들 괜찮나? 이 간단한 질문에 진짜로 답을 못 해.
스프레드시트로는 안 돼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목록이야. 메모든, 스프레드시트든, 기계마다 한 줄씩 적은 hosts.json 이든. 한 일주일은 정리된 것 같아. 근데 금방 썩어. 목록은 사진이고 fleet 은 영화거든. 랩탑 옆에 online 이라고 적는 순간 벌써 틀려. 적는 사이에 랩탑이 잠들었으니까. 정적인 목록은 한때 내가 믿었던 걸 박제할 뿐이야. 뭐가 언제 바뀌었는지, 그게 원래 그래야 했는지는 하나도 못 알려줘.
탑
watchfire, 봉화는 오래된 아이디어야. 높은 데 불을 피워두고, 누군가 계곡을 지켜보다가 본 걸 신호로 알려. fleet control plane 이 네 기계한테 그 탑이야. 뭘 막는 벽도 아니고, 줄을 잡아당기는 인형사도 아냐. 계속 지켜보고, 본 것과 각 기계가 어떤 상태여야 하는지를 오래 남게 적어두고, 그럴 자격을 벌고 나서야 손을 대. 지켜보는 게 먼저야. 나머지는 다 그 위에 얹혀.
그냥 빌리면 되잖아?
device-management SaaS 있지. 랩탑 천 대짜리 회사엔 그게 정답이야. 근데 빌린다는 건 내 기계에 대한 진실이 남의 DB 에 살고, 남의 일정에 맞춰 phone home 하고, 남이 정한 '기기' 틀에 내 기계를 끼워맞춘다는 뜻이야. 내가 직접 이해하는 개인 fleet 한텐 그게 거꾸로지. 관리당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내 기계를 아는 방식을 내가 쥐는 게 목적이야. 그래서 이 탑은 작고, 로컬이고, 하는 일이 하나야. fleet 하나 위에 불 하나. 내가 짓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