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기율표는 그 모양일까
주기율표의 생김새는 우연이 아니야. 행의 길이는 2, 8, 8, 18, 18, 32, 32로 이어져. 이 숫자는 사람이 마음대로 정한 것이 아니라 전자가 어디에 앉을 수 있는가를 정한 규칙에서 나와. 각 행은 새로 시작되는 바깥쪽 껍질에 해당하고, 껍질마다 가득 차기 전까지 담을 수 있는 전자의 수가 정해져 있어.
그래서 주기율표는 본질적으로 전자의 자리표야. 원소가 놓인 위치만 보아도 가장 바깥쪽 자리가 어떻게 채워졌는지 알 수 있어. 같은 열, 곧 같은 족에 있는 원소들은 바깥 전자의 배열이 같아. 바깥 배열이 같으면 화학적으로도 비슷하게 행동하지. 이것이 화학적 성질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진짜 이유야.
객체 지향의 눈으로 화학 보기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을 알면 이 모습이 낯설지 않을 거야. 각 열은 행동을 정한 클래스이고, 그 열에 놓인 원소들은 인스턴스라고 볼 수 있어. 같은 클래스의 인스턴스는 같은 인터페이스, 곧 같은 바깥 전자 배열을 공유하기 때문에 화학반응에서도 비슷하게 행동해. 다형성은 물질 안에서도 나타나. 화학이 그 첫 번째 수업이야.
몇 가지 예를 보자.
- 1족(알칼리 금속). 소듐(Na), 포타슘(K), 리튬(Li)은 모두 가장 바깥 자리에 전자 하나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 똑같이 그 전자를 내놓으려 하고 물과 폭발적으로 반응해. 같은 인터페이스가 같은 행동을 만든 거야.
- 17족(할로젠). 염소(Cl), 플루오린(F), 브로민(Br)은 모두 바깥 전자가 7개라 껍질이 차려면 하나가 부족해. 그래서 반대로 전자 하나를 받으려 하고 금속과 격렬하게 반응하지.
- 18족(비활성 기체). 헬륨, 네온, 아르곤은 바깥 자리가 완전히 차 있어. 굳이 전자를 주고받을 이유가 없어 거의 반응하지 않지. 화학적으로 비활성이어서 전구 안에도 넣는 거야.
결합은 메서드 디스패치야
소듐이 염소를 만나면 자리표만 보고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어. Na에는 내놓을 전자 하나가 있고 Cl에는 빈자리 하나가 있어. 그래서 Na가 전자를 Cl에 넘겨. 그 결과가 식탁의 소금인 NaCl이야. 결합은 서로 맞는 메서드 호출이라고 볼 수 있어. Na의 give(1)이 Cl의 take(1)과 만나는 거지. 같은 모습이 몸속의 모든 화학반응과 배터리, 별의 중심에도 있어.
화학을 다형성을 지닌 인스턴스들이 메서드를 호출하는 과정으로 보기 시작하면 주기율표는 암기판이 아니게 돼. 자료형이 잘 정해진 행동을 찾아보는 목록으로 변하지. 같은 관점을 더 작은 우주에 적용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