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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W.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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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on 03 of 06 · published

블러드본의 통찰 — 너무 많이 보는 저주

~30 min · analog-digital, perception, comp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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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러지지 않은 실재가 주는 위험

FromSoftware의 블러드본에서는 너무 많은 통찰을 얻는 일이 저주가 돼. 인간이 보도록 만들어지지 않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마음은 산산이 흩어지지. 이 비유는 뜻밖에 정확해. 자연은 아날로그이며 무한히 빽빽해. 유한한 마음은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 억지로 받으면 마음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망가져 버려.

그래서 우리 안에는 정보를 줄여 주는 장치가 타고났어. 모든 감각이 그런 장치야. 끝없이 이어지는 자연의 장을 머릿속에 담을 수 있는 유한한 표본으로 바꿔 주지.

세 가지 압축 장치

  1. 시각. 3차원 공간에는 끝없는 깊이와 셀 수 없는 표면, 무수한 조명 조건이 있어. 눈은 이 모든 것을 약 120°의 시야각을 지닌 2차원 장면으로 줄여 받아들여. 원근법도 자동으로 작동해서 멀리 있는 물체는 작게 보이고 평행선은 한 점으로 모이지. 우리는 사실 3차원을 직접 보는 게 아니야. 2차원으로 투영된 상을 본 뒤 뇌가 3차원의 느낌으로 다시 짜 맞추는 거야. 멀리 있는 산이 푸르스름하고 흐릿해지는 대기 원근법도 같은 압축이야. 시각계가 깊이를 색으로 바꿔 읽는 것이지.
  2. 청각. 소리는 끝없이 풍부하게 이어지는 공기 압력의 변화야. 귀는 그중 약 20Hz~20kHz의 주파수 대역을 받아들이고, 복잡한 소리를 배음열로 나눠 들어. 기본 주파수의 1배, 2배, 3배, 4배처럼 정수비를 이루는 배음이지. 우주의 압력파가 이런 정수비로 잘려 들린다는 사실은 묘한 느낌을 줘. 연속적인 바탕 위에서 솟아난 불연속적인 무늬를 듣는 셈이야.
  3. 오감이라는 구분 자체.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을 서로 다른 다섯 종류로 나누는 것도 사람이 만든 분류야.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몸 안의 입자가 몸 밖의 입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이야. 그 과정은 이어지고 겹치며 무한히 다양해. 신경계가 그 장을 다섯 갈래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오감이라 부를 뿐이지. 다른 생물은 다르게 받아들여. 새는 자외선을 보고, 개는 시간을 냄새 맡으며, 전기물고기는 전기장의 변화를 느껴. 오감은 자연 자체의 구조가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압축하는 방식이야.

여기서 얻는 관점

이 사실을 가볍게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해. 우리가 지각하는 것은 세상 자체가 아니라, 타고난 감각 장치가 압축한 세상이야. 지각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야. 생존할 만큼 충실하지만 연속적인 실재와는 다르고, 결코 전체가 아닌 표본이라는 뜻이지.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객관성, AI의 지각, 감각을 믿어라라는 말, 주관적 경험과 의식에 관한 논쟁의 자리가 달라져. 누구도 자연에 곧장 닿지 못해. 한 관찰자 안에서 일어나는 자연조차 통째로 알 수 없지. 우리 모두는 압축된 장면을 들고 세상을 바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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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ercise

60초 동안 감각 하나에 집중하며 정보가 압축되는 모습을 찾아봐. 시각을 고르면 한쪽 눈을 감고 평행선이 어떻게 기울어 보이는지 살펴봐. 청각을 고르면 음 하나를 흥얼거리며 그 안의 배음을 느껴 봐. 촉각을 고르면 온도와 질감이 모두 촉각인데도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는지 관찰해 봐. 압축은 언제나 작동하지만 우리는 평소 그 과정을 알아채지 못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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