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글자 그대로 들어맞는 비유
발더스 게이트나 테이블탑 RPG를 해 봤다면 D20을 알 거야. 행동의 성공 여부를 정하려고 굴리는 20면체 주사위지. 높은 수가 나오면 일이 잘되고 낮은 수가 나오면 실패해. DM, 곧 던전 마스터는 나온 결과에 맞춰 세계를 묘사해. 주사위가 갈림길을 만들고 이야기는 한 번의 굴림씩 이어져.
이제 시야를 넓혀 양자역학을 보자. 모든 측정은 확률에 따른 붕괴야. 파동함수가 확률을 정하고 실제 결과가 한 번의 굴림이 돼. 뒤따르는 세계는 붕괴 하나씩을 거치며 만들어져. 구조적으로 보면 우주는 길게 이어지는 주사위 굴림이야. 측정할 때마다 파동함수로 가중된 주사위가 한 면에 멈춰.
비유의 각 부분이 맞아떨어지는 곳
- 파동함수는 가중된 주사위야. 굴리기 전에는 모든 면이 가능하지만 굴린 뒤에는 한 면만 위를 향해. 각 면의 확률은 같지 않아. 물리 법칙이 정한 가중치 때문에 어떤 결과는 다른 결과보다 더 잘 나와.
- 측정은 주사위를 던지는 일이야. 큰 환경과 충분히 강하게 상호작용하면 던진 것으로 보아. 고양이가 상자를 열고, 광자가 검출판에 부딪히고, 뉴런이 발화하며 결정이 만들어져.
- 결과는 위를 향한 한 면이야. 가능성의 분포에서 나온 하나의 구체적인 값이지. 다른 진폭은 그 갈래에서 다시 나타나지 않아.
- DM은 결어긋남과 비슷해. 굴림의 결과가 정해지면 세상은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야기는 그 결과에서 계속돼.
"나쁜 의미의 무작위"가 아닌 이유
양자 확률을 들으면 우주가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져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어. 하지만 그렇지 않아. 확률은 물리학으로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어. 파동함수는 어떤 측정에서든 가능한 결과들의 정밀한 분포를 줘. 평균, 분산, 빈도, 상관관계를 놀라운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지. 미리 알 수 없는 것은 특정한 한 번의 굴림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가뿐이야.
다른 분야의 제대로 다루어진 확률도 같은 모습을 보여. 일기예보는 내일 오후 2시 47분에 정확히 비가 올지 알려 줄 수 없지만 하루 동안 5~10mm의 비가 올 것이라고 높은 확신으로 예측할 수 있어. 우주는 계산 가능한 분포와 계산할 수 없는 개별 결과를 함께 지닌 확률적 장치야. 혼돈이 아니라 눈금이 정확히 맞춰진 비결정성이야.
일상을 조금 다르게 보는 법
우주가 연속된 주사위 굴림이라면 두 가지 태도가 달라져.
- 한 번의 결과만으로 주사위의 성질을 알 수는 없어. 성공했다고 처음부터 확률이 좋았다는 뜻은 아니고, 실패했다고 선택이 나빴다는 뜻도 아니야. 한 번의 굴림은 표본이고 분포가 진실이야.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사위의 가중치를 바꾸는 거야. 개별 굴림은 제어할 수 없지만 가중치는 움직일 수 있어. 습관, 준비, 관계, 성격은 모두 어떤 미래의 진폭을 바꿔. 다음 수를 맞히려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며 좋은 쪽에 조금씩 무게를 더하는 거야.
앞 레슨의 경로적분과 여기의 D20 비유를 합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어. 삶은 가중된 굴림이 길게 더해진 것이고,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그 가중치뿐이야. 결과를 완전히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이나 운명에 전부 맡긴다는 생각보다 더 정직한 주체성의 모형이지. 둘 사이에서 확률을 이해한 채 참여하는 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