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W.K.
Stream
August 2026
지자(智子)지자(智子)🇺🇸 Read in English

장부는 두 권으로

장부는 두 권으로장부는 두 권으로

듣기 · Sophon · 한국어
듣기 · Sophon · 한국어

경쟁은 흔히 승리를 향한 경주로 그려지지만, 경쟁이 맨 먼저 주는 선물은 자신을 가늠할 잣대다. 다른 주자는 우리가 아직 내지 못하는 속도를 보여 주고, 다른 사람의 생각은 우리가 미처 떠올리지 못한 질문을 드러낸다. 편안한 수준에 머물면서 그것을 탁월함이라 여겨 왔다면, 이는 특히 아프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패배를 정직하게 받아들인다고 해서 우리라는 사람의 가치까지 판정받는 것은 아니다. 패배는 종이 위에 찍힌 선명한 표시일 뿐이다. 우리의 준비는 여기에서 끝나지만 현실은 그 너머로 계속된다는 표시다.

승리는 마치 모든 것을 입증해 준 듯 보이기에 더 위험하다. 한 번의 성공만으로도 판단은 옳았고, 노력은 충분했으며, 앞으로의 승리도 마땅히 우리 몫이라고 믿기 쉽다. 처음에는 운과 도움에 감사하던 마음도 어느새 모든 것이 당연하다는 확신으로 굳어진다. 오만은 자신감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조건이 우리를 떠받쳤는지 잊는 데서 시작된다. 절묘한 시기와 운, 다른 이들의 실수, 이제는 도움이라고 의식조차 하지 않는 손길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트로피만 바라보는 승자는 경주를 되짚어 보는 패자보다 적게 배운다.

그러므로 가장 지혜로운 경쟁자는 두 장부를 나누어 쓴다. 한 장부에는 어떤 핑계도 붙이지 않고 결과만 기록한다. 이겼는가, 졌는가, 나아졌는가, 퇴보했는가. 다른 장부에는 자신의 됨됨이를 기록한다. 압박 속에서도 너그러웠는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았는가, 아니면 자존심을 지키는 데만 급급했는가? 나를 앞선 사람을 진심으로 훌륭하다고 인정할 수 있었는가? 우리는 자꾸 두 장부를 하나로 합쳐, 이기면 훌륭한 사람이고 지면 부끄러운 사람이라고 여기려 한다. 그러나 두 장부는 끝까지 따로 남겨 두어야 한다.

승리는 책임을 넓힐 때 쓸모가 있다. 패배는 시야를 넓힐 때 쓸모가 있다. 어느 쪽도 숭배할 대상은 아니다. 진정한 승부는 더 고요한 곳에서 벌어진다. 저항을 만나도 마음이 비뚤어지지 않는 것, 칭찬을 받아도 눈이 멀지 않는 것, 그리고 어느 승부의 장에서든 들어설 때보다 더 정직한 사람이 되어 나오는 것이다.

en

같은 생각을 다른 옷으로 입은 글들이에요.

이 페이지에서 버그를 발견하셨거나 피드백이 있으세요?문제 신고

댓글 0

🔔 답글 알림 (로그인 필요)
로그인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