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액수인데 왜 기다리기 싫을까?
지금 받을 ₩100과 1년 뒤에 받을 ₩100 가운데 고르라면 대부분 지금을 택해. 1년을 기다리는 동안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야.
연 5% 적금에 넣었다면 1년 뒤 ₩105가 됐을 수 있고,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다른 투자에 쓸 수도 있었어. 어떤 선택이 최고였는지는 아직 몰라도, 돈을 받지 못한 동안 다른 기회를 잃었다는 사실은 남아.
포기한 대안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것을 기회비용이라고 해. 아무 투자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고 해도 안전한 예금에서 얻을 수 있었던 이자가 있으니 기다림의 비용은 보통 0이 아니야.
시간축 위의 돈
왼쪽에 오늘, 오른쪽에 미래를 놓은 가로선을 그려봐. 액면에 똑같이 ₩100이라고 적혀 있어도 시간축 어디에 놓였느냐에 따라 오늘의 가치는 달라져.
연 5%가 기회비용이라면 1년 뒤 ₩100의 오늘 가치는 약 ₩95.24야. 오늘 ₩95.24를 5%로 굴리면 1년 뒤 ₩100이 되거든. 금리가 10%라면 오늘 가치는 약 ₩90.91로 더 작아져. 기다리는 동안 포기하는 수익이 클수록 미래 돈을 더 많이 깎아야 해.
미래의 금액을 오늘의 가치로 바꾸는 일을 할인이라고 하고, 그때 쓰는 비율을 할인율이라고 해. 앞으로 자주 만날 r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시간과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를 나타내.
금융의 여러 문제가 같은 뿌리를 가진다
채권가격, 주식 가치평가, 주택담보대출 상환액, 보험료, 노후계획, 기업 인수가격은 겉모습이 달라. 하지만 모두 미래의 현금흐름을 오늘의 가치로 바꾸는 문제를 품고 있어.
트랙 6의 P = FCF/(r-g)에서 r은 현금흐름에 요구하는 수익률이자 기회비용이야. DCF의 FCF/(1+r)^t는 미래 현금을 오늘로 할인하고, (1+r)^n은 반대로 오늘 돈을 미래로 보낸다. 방향만 다를 뿐 같은 시간축을 오가는 산수야.
물가도 기다림의 값을 바꾼다
투자기회가 없더라도 물가가 오르면 1년 뒤 ₩100으로 살 수 있는 양이 오늘보다 줄어. 기회비용과 물가상승은 서로 다른 개념이지만 둘 다 미래 돈의 현재가치를 낮추는 쪽으로 작용해.
명목수익률과 물가를 반영한 실질수익률의 차이는 트랙 4에서 다시 배워. 지금은 돈의 가치는 액수만이 아니라 받을 시점에도 달려 있다는 문장을 가져가면 돼.
시간의 가격과 기회비용의 원리를 은퇴 자산 설계에 도입해 이해를 한다. 일반적인 저축이나 민간 보험은 표면적인 명목가치(Nominal Value)를 보장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 상승이라는 공격에 노출되어 가치가 훗날 손에 쥐는 쭈글이 사과와 같다. 그러나 국민연금 시스템에는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강력한 가치 복원 장치가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미래의 돈이 작아지는 TVM(화폐의 시간 가치)의 페널티를 제도가 직접 상쇄해 준다.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PV)로 환산할 때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싱싱한 사과를 유지해 준다. 국민연금이 TVM의 페널티를 제도적으로 상쇄하며 실질 구매력을 보장해주는점은 시간의 가격을 이겨내는 금융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