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 안에도 현금흐름 가정이 있다
DCF와 상대가치평가는 겉모양이 다르다. DCF는 미래 현금흐름을 직접 추정하고, 배수는 시장의 비교 가격을 쓴다. 그러나 배수가 높거나 낮은 이유를 끝까지 추적하면 성장, 위험, 현금 전환이라는 DCF의 변수로 돌아온다.
고든 성장 모형에서 다음 기간 배당을 D_1, 다음 기간 이익을 E_1, 배당성향을 b라 두면 D_1=bE_1이다.
따라서 선행 PER는 단순히 1/(r-g)가 아니다. 배당성향 또는 더 넓게는 주주에게 돌아가는 현금의 비율도 필요하다. 모든 이익이 바로 배당되고 이익 기준 시점까지 맞는 특별한 경우에만 1/(r-g)로 줄어든다.
높은 PER를 만드는 여러 경로
- 높은 지속 성장: 미래 이익과 현금흐름이 더 빨리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 낮은 요구수익률: 사업 위험이나 재무 위험이 낮다고 본다.
- 높은 현금 전환: 같은 이익에서도 배당·자사주 매입에 쓸 수 있는 현금이 많다.
- 일시적으로 눌린 분모: 현재 이익이 경기 저점이나 일회성 비용 때문에 작으면 PER가 높아 보인다.
반대로 낮은 PER가 곧 저평가는 아니다. 시장이 낮은 성장, 높은 위험, 약한 이익의 질을 반영했을 수 있다. 배수는 결론이 아니라 압축된 질문이다.
역산은 시나리오로 하라
시장가격을 DCF에 넣고 어떤 성장률이나 이익률이 필요한지 역으로 푸는 방법을 역산 DCF라고 한다. 이때 한 변수만 고정해 ‘시장이 정확히 이 성장률을 믿는다’고 말하면 지나치게 단정적이다. 할인율, 성장률, 재투자율, 현금 전환율의 여러 조합이 같은 가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역산은 세 가지 정도의 할인율과 성장 경로를 표로 놓고, 각 조합이 요구하는 매출·이익·재투자가 현실적인지 사업 자료와 대조한다.
두 방법이 다를 때
- DCF의 매출 성장률, 이익률, 재투자, 할인율, 계속가치 가정을 다시 본다.
- 비교기업의 사업구조와 회계 기준, 주기 위치가 정말 비슷한지 확인한다.
- 시장 전체 배수가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은 국면인지 살핀다.
두 값을 기계적으로 평균낼 필요는 없다. 차이가 생긴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그 설명이 가치평가의 핵심 판단이다.
핵심
배수는 DCF와 별개의 마법 숫자가 아니다. 성장, 위험, 현금 전환, 회계 분모를 압축한 시장 표현이다. 단순 고든 모형에서도 선행 PER는 b/(r-g)이며, 같은 배수를 만드는 가정 조합은 여러 개다. DCF와 배수를 함께 써서 숫자보다 가정의 충돌을 찾아라.